so good 파커Q - 반지하 오크 1-93(연재중) 장르소설

0.
 한 가지 생각이 카르타-철수(22세, 고졸, 오크)의 머리속을 스쳤다. 인간의 낮은 출산율, 그리고 오크의 압도적인 출산율.

 이거 잘만 하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


1.
 노벨피아 작품 중에는 가장 처음으로 만점을 준 소설이다. 이 소설 하나만으로도 노벨피아가 개창할 이유가 있었다.

 카르타-철수라는 이름에다가 오크. 이거 정말 익숙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십여 년 전 내가 조아라에서 읽었던 소설 같다. 그때는 아마 노블레스란에서, 이십 편 내외 어떤 여성 엘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것 같은데...

 정치와 판타지를 독특하게 엮어내었다는 점에서 어딘가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를 떠올리게 한다. 초반, 충격적일 정도로 몰입감을 자극하는 필력 수준도 그런 구석이 있다. so good을 보면 알겠지만 반지하 오크가 더욱 낫다.


2.
 반지하 오크의 작가는 정말로 있을 법한 생활상에 천착해서, 핥듯이 감촉을 써내는 바가 있다. 이건 비속어를 너무 넣어서 도리어 부자연스러워보이는 하류 인물의 묘사, 혹은 파워 설정을 다듬고 다듬어서 흥미롭게 가꾸어 쏟아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머리가 얼마나 굵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전장의 죽음에 징징대는 캐릭터에 독자가 공감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보통 필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보다는 담배 한 까치 태우고 반지하방에서 티비를 보다가, 

 "그래. 내가 한 번 대통령 해보자."

 거기 도달하기까지 노가나, 고졸, 현장소장 같은 단어가 개입되었다면 이제 그 각오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여기에 주인공이 오크라는 상상을 곁들이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조미소스다.


3.
 임기 첫날보다 더 낫다고 평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중 같은 거랑 상관없이... 임기 첫날은 너무 길어.

 정치물은 이게 잠 치명적인데, 결국 주인공이 대통령이 되는 시점에서 끝난다. 혹은 대역물로 노선을 바꾸고 부국강병 메타를 가던가.

 주인공의 목표를 정해두고, 빠르게 내달렸어야 했는데 임기 첫날은 한 이백 편 넘게 보면 독자가 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의 명확한 정치적 성취를 갖고 자꾸 장난질을 친다. 오르막선이면 오르막선이고, 시련을 주면 줄 것이지, 죽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오르락 내리락 시계열에 상관없이 나열된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옴니버스 라노벨이 아니라 한국식 장르소설이 보고 싶은 거거든.

 반지하 오크는, 주인공이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해당하는 동기를 갖기까지, 정치 입문 전 행보, 정치 입문 후 행보 세 파트로 명확히 나누어 써낸다.

 이 과정에서 앞서 칭찬한 머리가 굵을대로 굵은 작가가 '이종족'과 '불평등'이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은 필력으로 '이런 세계관의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그려낸다.

 캐릭터 일관성이 훌륭한 소설의 요건이라면, 주인공의 행보를 순차적으로 그려가는 포맷은 훌륭한 장르소설의 요건이다. 거기서 앞서 말했듯 이제 작가가 머리가 어떤 식으로 굵어갖고 판타지를 기웃거리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이 소설만의 장점이다.


4.
 93편에 달하도록 소설을 견인해온 몰입감에 박수를.

 사실 이 글먹이라는 게, 편견일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할 거 없는 방구석따리의 비중이 제법 높은 직종 아닌가 싶다. 애초에 비현실세계를 파고들 수 있는 동심이 있어야 장르소설 독자가 되겠고, 또 그 중에서도 골수만이 자기가 소설을 쓸 생각을 갖을 텐데...

 이리저리 뛰어드는 방구석 이십 대 중에서, 머리가 굵을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을 마음 한켠에 내재하고 있는 작가는 더욱 드물다. 그리고 그 중립성을 알고 있는 바와 엮어내서 '굳이' 판타지스럽게 쏟아낼 필요성을 느끼는 작가는 더욱 드물다.

 정치만큼이나 구질구질한 현실의 냄새를 풍기는 단어가 또 있을까?

 그런 연유로 드문 소설 몇몇만이 조명을 받았고...

 이제 "반지하 오크"가 우리에게 왔다.


5.
 약간 아쉬운 건, 아무래도 충격적인 소설의 첫인상을 생각하면 임의로 나눈 세 파트 중 정치 입문 후 행보의 몰입감이 아무래도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 그래도 다른 소설의 평균에 비하면 훨씬 낫다.

 작가가 머릿속에 새긴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의 낙차가 심한 느낌이다. 모든 소설이 한 줄기 상상에서 피어나곤 한다. 반지하 오크는, 고졸 오크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내가 한 번 대통령 해본다,' 하고 티비를 보며 읊조리는 상상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살이 붙어 하나의 소설이 되었다면 해당하는 장면까지의 몰입감이 제일 높을 만하다.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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