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루이세 - 간신이 나라를 살림 1-261(완) 장르소설 추천사

<간신이 나라를 살림> #루이세 #NO먼치킨 #말빨형주인공 #대체역사물 #빙의물 #블라이스대상 #조아라 #프리미엄


 이따금씩 다른 선택지에 대해 되돌아보곤 합니다.


 ‘이때 이랬더라면…?’ ‘저때 저랬더라면…?’


 삶의 다른 가능성을 망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동시에 부질없죠.


 어떤 망상을 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부딪쳐 나아가야 하는 현실은 이 앞에 존재해 있을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장르소설의 몰입감 역시 그렇죠.

 

 회귀물이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아쉬움을 고쳐 쓰는 주인공의 행보가 우리의 결핍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실패의 역사를 없던 채 방점 지은 결말이 킬링타임을 넘어설 수 있는가?

 

 이영도가 주인공의 승리에 ‘운좋게 찾아온 시간 이동’만의 이유를 붙여 해설했다면?

 

 사실, 가장 간편한 해법은 장르소설 본연의 의의에 집중하는 겁니다. 모든 장르소설이 의미를 생산할 필요는 없고, 단지 설정이나 캐릭터성, 주인공의 행보를 좀더 완성도 높게 가꾸어나가면 될 일이죠.

 

 조금 더 어려운 길은, 회귀를 소설적 장치로 두지 말고 논의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제법 많은 회귀물 작가가 구태여 어려운 길을 걷고자 도전해왔고, 루이세 작가의 시도는 가장 성공적인 일례의 하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주인공은 간신입니다. 북방 민족이 쳐들어와 국난에 처한 월국 ㅡ 왕궁은 이미 침탈되었고, 여왕과 주인공은 죽음을 코앞에 둡니다.

 

 '조금만 더 빨리 달아났다면!'

 

 간신의 본분은 주인없는 재화를 최대한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월국의 수도에서 빈집털이에 열중하던 주인공은 그런 면에서 제 몸을 바쳐 간신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단 한 가지 부족했던 점이라면, 언제쯤 피난길에 오를 것인지 소위 튈 각을 적절하게 재지 못했다는 것.

 

 '망했다."

 

 "확실히, 이 나라는 망했구나."

 

 마지막 여왕이 담담하게 읊조리고, 주인공은 저도 모르게 날아오는 화살을 제 몸으로 막아듭니다.

 

 얼떨결에 간신이 아니라 충신으로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그런 그를 기다리는 것은 나라의 충신에게만 예정된 사후세계였습니다.

 

 [월국은 자모신과의 계약으로 단 한 번의 기회를 허락받았습니다.]

 

 검은 면사포를 뒤집어쓴 천사가 말하길,

 

 [충신이여, 과거로 돌아가세요. 연대기에 간섭하여 나라를 멸망의 운명으로부터 비트십시오.]

 

 문명 이전 원시시대의 부족장으로부터, 월국의 건국 과정, 나아가 삼국을 통일하고 야만족을 맞닥뜨리기까지.

 

 조약돌을 박아넣어 물결을 뒤틀듯, 주인공은 나라의 역사에 간섭하여 닥쳐올 마지막 환란을 비껴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거, 간신에게 가능한 일인가?

 

*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을수록, 대체로 장르소설은 재미를 잃습니다. 아주 드문 철학자만이 장르소설로서의 재미와 소설의 의미를 양립하는 재주를 갖죠. 왜냐하면, 굳이 독자에게 철학적 대사를 퍼붓지 않더라도 잘 쓰인 소설은 그 자체로 주제를 갖거든요.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재미와 더불어 독자가 기억에 되새기게끔 하는 모든 요건을 갖고 있습니다.

 

 대체로 가볍게 시작해서 의미있게 끝나는 장르소설은 애호되기 마련입니다. 드래곤라자 때부터 그랬죠.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은 대체역사물처럼 과거로 돌아가 임무를 해결합니다. 그 결과로 마신으로 숭배받기도 하며, 후대에는 그 자신을 섬기는 법왕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이 모든 나비효과를 시계열로 나열해서 왕국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재미가 없기가 힘든 포맷이죠. 어떤 전개에서도 작가는 최대한 주인공이 의미를 부여하는 바를 ‘재미’에서 빗겨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복선을 거두어들여 마지막 권에서 집결하는 기법은 이 소설의 양감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네요.

 

 용의 머리를 참수한 건국조의, 난립하는 삼국을 통일하기 위한 대전쟁 속 황자의, 북방 민족을 가장 앞에서 막는 장성에서 누가 첩자인지 가려내기 위한 두뇌싸움이,

 

 혹은 이 모든 일을 타고난 주둥이 하나로 헤쳐나가는 간신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께 <간신이 나라를 살림> 추천드립니다.

 

 최소 반나절 간의 완독 후유증을 보장하겠습니다.

 

바로가기 -> https://bit.ly/3mQ3s0O


(조아라 노벨마스터로 선정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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