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bad 손프로 - 아카데미 천재단역 1-233 (연재중) 장르소설

0.
 문피아에서 아카데미 천재 단역이 되었다로 한 오십 화 즈음 연재하다가 카카오페이지로 간 소설. 편집자가 엄청나게 열일한 듯.

 not bad랑 good 사이에서 꽤 고민한 소설인데, 일전에 김현영 작가의 계보를 잇는 듯이 표현했던 이정민 작가처럼 유머가 툭툭 불거진다. 그런데 그 유머가 글과 잘 어우러지느냐 하면 좀 그렇다. 정확히는 유머의 색깔이 다르다. 아카데미 천재단역은 만담을 던지면서 농담 따먹기가 주류다. 캐릭터의 개드립이라기보다 작가의 개드립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그런 느낌은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의태어에 힘입는다. 드립을 던질 때마다, "앓~" "무자식!" "에엥?" 하는 말을 써먹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습관이다. 드립이 싫냐고? 그게 아니라 캐릭터 분간없이 작가의 인격이 대입된 티를 팍팍 내는 걸 싫어한다.

 초보 작가에게 캐릭터성을 가장 쉽게 분간짓는 방법은, 독특한 말습관을 달아주는 거다. 거기서 더 나아가 스토리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캐릭터 과거사를 슬쩍슬쩍 드러내는 것부터가 작가의 역량이고. 그런데 그 말습관을 왜 돌려 쓰냐고... 이런 게 정말 싫어서, 납골당의 어린 왕자에서도 지적한 기억이 난다.

 정말로, 가장 참아줄 수 없는 건 삼인칭이다. 주인공 이름이 김승탠데, 어느 쪽인가 하면 비뢰도의 주인공처럼 실실 가볍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캐릭터다. 그 가벼운 농담 따먹기를 할 때마다 툭툭 대사를 "승태는~ 어요." "승태는~" "승태는~" 삼인칭을 써먹는데, 남캐가 이러는 걸 보면 정말 패버리고 싶다. 캐릭터가 진중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무슨 트위터에 히메쨩이라는 닉네임으로 비건, 퀴어, 범성애자 등의 상메를 달고 있을 법한 말습관은 쓰지 말아야지.


1.
 너무 혹평했는데, 사실 이 정도면 재밌게 읽을 만하다. 위의 두 단점은 초반부터 일관되게 드러나지만, 어떻게 보면 지엽적인 부분이고. 특히 편집자가 열일했다고 한 이유가 있다.

 문피아에서의 초반 연재 파트는 거의 반쯤 드립과 드립으로 가득찬 채 전개되었다. 그런데 카카오페이지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적당히 드러내준다거나. 주인공의 적대 캐릭터가 주인공의 이질성을 느끼는 장면, 다른 캐릭터 시점 등이 적당히 추가되었다.

 전 버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서도, 사실 편당 결제를 끝까지 따라 갈 이유가 없었다. 작가의 역량이 되든 안 되든 가끔이라도 소설은 무거운 척을 해야 하는데, 모든 전개가 드립으로 가득 찬 채 진행되니까 다음 편을 결제하게끔 하는 긴장감이 부족했다.

 사실 나는 그런 종류의 소설도 긍정한다. 어느 쪽인가 하면 딱 좀비빌라를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잘 쓴 장르소설을 가늠하는 가장 큰 잣대는 결국 결제 수 아니겠는가. 좀비빌라는, 잘 팔린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2.
 편집자가 다시 열일하길 바란다. 초반부는 문피아보다 확연히 좋았다면, 후반부 가면서 개드립이 점점 선을 넘어 주인공 편의주의로 가버리는 느낌이 있다. 이런 뇌절의 특징은 유머인 척 핍진성을 얼버무리면 독자가 적당히 넘어가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깨달음을 얻은 히로인이 욕조의 고무오리를 쏟아내는 필살기를 사용한다거나, 수많은 사람을 쳐죽였던 악역 운운하더니 세탁해서 주인공 부하로 써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대한다거나, 대충 플라우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써먹는다던가...

 특히 주인공의 활약 때문에 소설 설정상 게임의 주인공인 한태평 등이 완전히 묻혔다. 히로인과 주인공의 농담 따먹기 수준에서 놀고 있는 느낌이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사실 소설적 허용(?)으로 넘어가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걸 왜 굳이 꺼내드느냐.

 작중 긴장감을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끌고 오던 파멸(최종보스 느낌)을 주인공이 엿먹이면서 초반의 긴장감이 완전히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같은 맥락의 단점들이 부각된다.

 주인공이 알고 있는 게임 속 지식으로 능란하게 대처하고, 그러다가 게임 난이도를 헬에서 파멸로 올리는 최종보스인 <파멸>이 신의 손으로 개입해서 위기를 맞게 하고, 고난에 처한 주인공이 어떻게든 극적으로 위기를 대처해내고...

 뻔하긴 하지만 뻔한 만큼 게임진입물에 나쁘지 않은 원패턴이었는데,

 검투장 파트에서 주인공이 파멸을 엿먹이면서 더 이상 다음 챕터로 긴장감을 끌고 갈 동력이 사라졌다.

 마치 '어차피 주인공이 무조건 이길 거 알지? 이제부턴 이런 전개로 나갈 거야.' 하면서 주인공 컨셉을 쪼리 약골시키에서 실실 웃고 다니지만 미지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로 바꿨다고 공언한 느낌? 웃긴 건 그 컨셉이 주연 두셋에게만 한정될 뿐 대외적인 평가는 아직도 찐따다.

 이건 상태창을 쓰면서도 주인공의 무력 성장이 알기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소설 특징과 더불어서 아주 치명적으로 작중의 긴장감을 실종시킨다.

 딱 경매장 파트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위에서 말한 원패턴을 써먹으면서 고난을 극복하는 장면이 좀 억지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았었다.


3.
 혹평 안한다고 해놓고 혹평했지만 기본적으로 끝까지 다 읽은 소설은 볼 만하다. 전생검신도 이런 식으로 까대면 잔뜩 단점이 나올 테니.

 캐릭터 말습관 돌려먹기랑 삼인칭(!!!)의 분노가 컸다.

 무엇보다 작가는, 편집자에게 좀 물어가보면서 했으면 좋겠다. 

 이백 대령의 조카 이령 경호는 어떻게 된 거임? 갤러헤드의 반지는 어떻게 된 거고? 루시의 저장용량은 왜 딱 획득했을 때만 언급되는 거임? 루시의 세계를 주구장창 떠들면서 왜 한 번도 남은 저장공간에 대해 얘기하지 않지? 다윗 조각상 파워업 이벤트는 있긴 함? 연재된 중반부 넘어서야 '선'을 넘어선 고수 운운하는데 좀 알기 쉽게 경지에 대해 얘기해주고 주인공 무력 현황이 어떻게 되가는지 일목요연하게 말해줌 안 돼? 빡세게 스탯 키워야 한다고 운동하더니 주인공 스탯창은 대체 얼마나 특급 기밀이길래 그렇게 숨기는 거야?

 스스로도 설정을 까먹는 것까지 지갑송을 벤치마킹한 듯하다.

 어쨌건 간에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처음엔 이입이 꽤 잘 되는 이십 대 겜창 남성에서, 슬슬 주인공이 좌절이라곤 절대 겪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가 돼 가는데... 흔한 수순이지만 이 소설은 개드립 점철인 작품의 특성상 어딘지 비뢰도로 가고 있다 ㅋㅋ. 적당한 비극과 진중한 씬Scene 양념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소설. 비율은 9 대 1 정도?

 열일해라 편집자. 작가는 뇌절하고 연애만 시키지 말고 좀 극적인 장면도 꺼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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