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의 마법사> #데코몽쉘 #판타지아포칼립스 #스팀펑크 #루프물
이스포츠 프로게이머라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설정의 소설을 썼던 데코몽쉘 작가님의 <스팀펑크의 마법사>입니다. 2020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었죠.
심심찮게 갖은 소재로 쓰이곤 하는 단어, '아포칼립스'. 좀비 아포칼립스, 둠스데이 시나리오, 외계문명에 의한 멸망... 상상력은 자유롭고 죽음은 갖가지 형태로 독자 곁에 다가서곤 합니다. 그 중 작가 기질의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화 속에서, 용사와 마왕은 필연적으로 싸우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왕이 승리한 세계의 미래는?"
SSS급 마왕 아포칼립스라는 흔해빠진 소설을 읽다가 작가에게 쪽지를 보내고 이세계로 전생됐다는, 그 스스로 느끼기에도 흔한 클리셰. 다만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이 세계는 정말로 만만치 않고, 그는 죽지 않습니다. 스물여덟 번째로 이 세상에 표류한 주인공은 회차마다 쌓아온 카르마 포인트에 따라 재능이나 외모, 능력치 등을 부여할 수 있는 선천특성 '인계'를 갖고 이제 다섯 번째 시나리오를 써나가기 시작합니다.
등장인물을 쉽게 죽일 줄 아는 것은 작가가 가진 중요한 미덕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류가 절망적으로 몰린 세계관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스팀펑크의 마법사>는, 언뜻 아주 흔할 법한 판타지 세계의 마왕이라는 소재를 극한까지 활용해서 비틀어냅니다.
주인공이 다 해먹는 장르소설과는 거리가 멉니다. 거대한 무력이 충돌하는 전쟁의 현장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주인공은 그런 면에서 조연에 가깝죠. 읽다보면, 스팀펑크 식으로 발전한 판타지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전쟁이 진행될지 설득력 있는 단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곤 합니다.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따라서 웹소설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인 한 편 한 편의 기승전결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챕터당으로 몰아서 보려고 해도, 대리만족용으로 읽기에는 주인공의 무력 성장 쪽으로 작가가 힘을 주어 서술하지 않고, 그렇다고 주인공이 갖는 위상의 변화를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서술해서 띄워주지도 않습니다.
보통 파워업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다면 주인공이 겪는 정치 등은 가볍게 건드리고 전투 중의 각성, 수련 등에 중점을 둘 테고, 권력자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다면 다른 시점에서 보는 주인공이나, 주인공으로 인해 점차 변화해가는 세계의 단역 일상, 혹은 애정 시나리오에 중점을 둔다면 근래의 캐빨물과 같은 데 중점을 둘 테지만… <스팀펑크의 마법사는>, 어떻게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플롯의 시뮬레이팅을 독자가 같이 따라가는 셈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행히 읽다보면 따라갈 용의가 차고넘칠 정도로 작가가 생각해놓은 설정들과 세계관의 배후, 암울한 분위기 등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판타지 아포칼립스 세계관, 스팀펑크 기술을 발전시켜 아득바득 살아남는 인류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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