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노블레스 #공모전 #77페스티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벌써 끝을 맺고, 2021년의 1월이 성큼 다가왔는데요. 웹소설에 주기가 있다면 나귀족이나 소엑 등의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작품들 혹은 대형 공모전을 기준으로 하겠지만, 기분상 2020년의 장르소설 판과 2021년의 장르소설 판은 벌써부터 다를 것만 같은 기분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의 웹소설 트렌드리딩에 가장 발빠른 것은 조아라가 아닐까 싶네요. 77페스티벌은 조아라의 여러 기획 중 제일 성공적인 마케팅이라 할 만합니다. 77페스티벌을 맞아 조아라 노블레스란에 올라오는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새로운 진주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네요. 공모전이 독자에게도 반가운 까닭이 바로 그와 같습니다.
옥의 티가 있다면 독자와 작가가 펼치는 하나의 거대한 경연장이라고 할 만한 경쟁 사이트 공모전과 다르게, 조아라에서는 독자추천란의 기능이 이미 소멸되었다시피 해 있다는 점입니다.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만, 그 이전에 타력구제가 안 되면 자력구제하면 될 일, 해서 조아라를 오랫동안 이용해온 애독자로서 77페스티벌이 더욱 흥행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과거 77페스티벌의 수상작을 하나 소개해보았습니다.
<콘트렉트 [Contract]> #글라딘 #이세계 #생존물 #시스템
더스트로 더욱 인지도가 높은 글라딘 작가의 조아라 소설, 콘트렉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더스트보다 콘트렉트를 더욱 재미있게 읽었군요. 아쉽게도 더스트 이후로는 한참동안 소식이 없네요.
작가의 인간관이 작품에 얼마간 반영된다는 사실을 저는 믿고 있는 편입니다. 예컨대 개돌청년 작가 주인공의 실소가 터지는 하렘력이나 강승환 작가의 주인공들이 공유하는 아버지와 같은 인간상의 캐릭터 등은 작가의 인생에 그와 비슷한 굴곡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다소나마 무례한 추측을 참을 수 없게 만들죠. 해서 어디에서나 나올 법한 평면적인 악역과 주인공의 동료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역할을 할 뿐인 캐릭터들의 조형은 제게 엄청난 의문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정말 이런 캐릭터들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는 어떻게 그런 동기를 가지게 된 걸까?’
한편, 아주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문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굉장히 특별해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면 이런 캐릭터가 튀어나오지?’ 그런 의문이 감탄에 다가설 때도 종종 있습니다만, 잘 쓴 소설일수록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는 법. 대개 후자의 의문을 가지게 될 때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작가만의 독특한 페이소스가 매우 짙은 경우가 잦았습니다. 작가의 사고방식이 아예 범인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바에야 튀어나올 수 없는 행동원리들이 잊을 만하면 툭툭 폭탄처럼 터지는 소설들...
이와 같은 의문이 재미와 양립하는 경우는 잘 없어서 작가의 필명들이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드문 사례로 연어진 작가를 들고 싶네요. 소설이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잠재력은 있는데… 어느 순간, ‘이 상황에서 이 캐릭터가 이런 행동을 한다고?’ 그리고 글라딘 작가도 얼마간 그와 비슷한 쪽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콘트렉트는 그러한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평범한 아저씨이던 주인공은 얼떨결에 맺은 계약으로 인해 이세계에 빠져들고, 주인공은 계약을 맺은 것이 그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인의 잔인함이 약육강식의 이세계에서 그처럼 나약한 존재에게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는지도요.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마법사들의 실험 노예가 되어 간난신고 끝에 탈출합니다. 불행하게도 탈출할 때 챙겨야 할 건 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별의별 실험 과정에서 피비린내와 신체의 잔해 따위는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소품이 되어버렸고, 정신은 이미 나가 버렸습니다.
말했다시피 작가가 일구어내는 캐릭터들의 정신성은 여러모로 범상치가 않습니다. 평범한 작가라면 적당한 복수형 인물 정도로 만들었을 주인공의 캐릭터 스토리는, 글라딘 작가의 손이 닿아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만듭니다.
밟으면 꿈틀하는 벌레 같은 존재, 믿을 것은 역설적으로 일상 시절과 완전히 달라진 그의 세계관뿐. 그동안 쌓아온 인간의 감정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누적시켜 온 증오를 버리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자기만의 판단으로 이세계를 헤쳐나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닿는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한 번 지켜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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