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을 소재로 쓴 작품은 많지만 대체로 판타지에서 용병은 스테레오 타입으로 존재한다. 용병 길드, 금급 용병, 은급 용병, 용병왕 등등... 그런 탓에 용병물이라고 할 만한 건 내가 기억하는 한 세 가지다. 하나는 티토 카터, 다른 하나는 용병(조아라에서 영문자 머셔너리와 병행표기되었던 습작), 다른 하나는 용병 아단.
필력으로 따지면 두 번째가 제일 뛰어나지만 현생이 바쁜 탓에 일하러 갔고, 티토 카터는 나쁘진 않은데 좋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차기작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뭔가 명확한 기승전결이 존재한다기보다 그때그때 티토 카터가 겪는 에피소드를 시간순에 따라 계속 나열하는 탓에, 볼 만한 모험기이기는 한데 진도가 늦다. 왠지 모르겠는데 자꾸 넣어대는 하이픈이나 만연체 등의 탓도 크다.
그래서 제대로 된 용병물이라면 용병 아단이라 하겠다. 찬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그만큼 드물다는 소리다. 내용은 대충 검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은급 용병 아단 크리스펠로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의뢰를 받다가 강해진다는 내용이다.
로우파워 세계관인데, 뭐 오러 블레이드를 수십 미터씩 뽑아내어 휩쓸거나 드래곤이 등장해서 언령 마법으로 다 쳐죽이거나 무슨 권능이 나온다거나 그러지 않는다. 말 그대로 중세 시대. 그러려면 작가의 설정 공부가 충실해야 하겠는데 작가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검술물이다. 아독이나 검술왕과 다른 의미에서 말 그대로 검술물. 그러고보면 박제후 작가도 이 부분에 특기가 있는 편이었는데.
액션씬이 뛰어나다. 스토리나 심리 묘사는 무난한 편. 대개 무난하다 할 때는 뭐 필력을 따지는 게 아니라 캐릭터성이 명확하고 그 명확한 캐릭터들이 적당히 그럴 만한 흐름을 일구어낸다는 뜻이다. 그게 안 되면 안 읽는다.
액션씬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탓에 다른 부분에서 약간은 아쉬움도 남는데, 굳이 언급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뭐 그 외에도 소설의 특징을 말하자면 아단의 성격 변화라는 점에서 반쯤은 피카레스크 소설이라는 것. 파티를 짜고 모험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용사물이 떠오른다는 것. 마지막에 악역의 심리 변화가 약간은 뻔함에 기여했다는 것.
결말은 모든 일을 다 끝낸 주인공 일행을 그리지 않고 그냥 한 번의 모험이 끝났다는 듯이 곧바로 다시 출발하는 주인공 일행을 그리는데, 소설은 아단의 삶의 일부를 그렸을 뿐 그 여정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볼 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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