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홍정훈 - 낙인의 플레인워커 (완) 장르소설

 내용은 이렇다. 공돌이인 주인공은 어느 날 이름없는 신의 제의를 받는다. 그 제의란 지구에서 적응 못하는 사람들을 이세계로 떨어뜨리는 것. 대화를 나눠보니 주인공의 멘탈은 이름없는 신의 기대와 달리 제법 단단했고, 이름없는 신은 그를 본래 계획과 달리 플레이어가 아닌 몬스터로 분류하여 이세계에 떨어뜨린다. 이후 마경 시타델에 떨어진 주인공은 자신의 공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액체금속과 융합, 대마도사의 영혼과 함께 이계를 헤쳐나간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어쩌다가 홍정훈이 이고깽 작가가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이고깽이란 건 단순히 스토리 포맷을 말하는 게 아니라 홍정훈이 구상한 캐릭터성에 힘입는다. 주인공은 공돌이이자 정신력이 강한 인물로서 작가는 다른 지구인들과 차별화된 입지를 부각시킨다.

 어떻게 부각시키느냐? 주인공은 다른 이계인들의 정신적 단점을 속으로 혹은 겉으로 마구 지적한다. 그리고 지구인인 걸 최대한 숨겨야 한다고 하면서 주인공이 겉으로 지적하는 말을 낼 때에는 작가적 편의에 의해 그런 설정은 무시된다.

「 "하아. 야. 꺼져. 등신아."
 "네?"
 "사회 제도를 바꾸는 게 그렇게 쉽게 단번에 될 것 같냐? 당장 좌측 통행 우측통행 바꾸는 것만 해도 엄청난 행정적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무슨 준비도 안 된 사람들 상대로 민주주의야?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적어도 보통 교육이 확립되어 있어서 문맹율이 0에 가까워야 한다고 알아?!"
 "하, 하지만... ."」

 이게 자기가 지구인인 걸 숨겨야 한다는 사람이 다른 지구인을 맘껏 비난하면서 하는 소리다.

 좌측 통행이니 우측 통행이니 이계에서 알 수 없을 법한 소리를 맘껏 내뱉어도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이 지구인인 걸 절대 눈치채지 못한다. 주인공이 설명충 공돌이 특성으로서 다른 사람한테 비슷한 말을 내뱉어도 마찬가지다. 이 설명충 공돌이 특성 역시 '푸른 낙인의 이계인은 다른 낙인의 이계인과 달리 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라는 걸 부각한다. 실제로 그런 문구를 주인공 파티가 말하거든.

 그러면 주인공이 작가가 의도한 대로 다른 이계인을 깔봐도 될 정도로 정신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있는가?

 독자 입장에선 전혀 공감이 안 된다. 이건 진짜 작가가 사이코패스인지 주인공이 사이코패스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부분인데, 주인공은 자기가 타도해야 할 보스 중 하나를 잡고서 이제 그녀와 친해지기 시작한다.

 설정상 그 보스는 왕국 전체에서 자기가 맘에 드는 이성을 맘껏 낚아채고 강간하며 내키는대로 죽이고 과도한 세율을 부과하여 영지들을 쥐어짜는, 그러니까 작가의 문구를 빌려 가혹한 마왕이다.

 그래, 주인공이 마왕을 같이 비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굳이 모든 주인공이 용사처럼 악에 맞서는 선일 필요는 없지. 

 그런데 나쁜 짓을 했다고 훈계는 훈계대로 하면서 그 마왕의 트라우마를 듣더니 마왕을 광고모델(ㅋㅋㅋ시발)로 쓴답시고 설교하면서 트라우마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건 좀 아니지. 

 도대체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 컨셉인지 짐작도 안 간다. 작가가 뭘 의도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데 개연성도 없고 캐릭터성의 일관성도 없다.

 돋보이는 건 이고깽 감성뿐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돋보이면서 다른 캐릭터를 까내리는 싸구려 B급 감성이 노골적으로 풍긴다. 그 감성이 개인적으로 느껴질 뿐이라면 상관없는데 소설적 개연성과 캐릭터성을 침범하면서 돋보인다는 점에서 그냥 이고깽은 이 소설의 속성이라고 해야겠다.

 이게 채월야를 썼던 그 작가가 맞나?

 창세종결자 발틴 사가는 주인공이 반신으로서 영웅 연대기를 쓰는 것처럼 일반인의 감성과 동떨어진 주인공을 그렸다. 필체 역시 그랬다. 극적인 감정이 돋보이기보다는 어떤 일을 겪어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쓴다. 문체에 작가의 감성은 있는데 주인공의 감성은 없다. 주인공의 감성을 넣었다가는 빡치고 슬퍼하는 반신의 고뇌 일기가 되었겠지.

 이후의 홍정훈 소설은, 내가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표본을 수집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로 발틴사가의 악질적인 체인지 같다.

 검이여 노래하라 리뷰에서 썼던 것처럼 주인공의 감성이 없다. 작가의 감성만 있다. 그냥 소설 전체가 다 농담 따먹기 같다.

 그 특성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라노베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양산형 판타지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가벼운 소설 냄새가 많이 나긴 하는데 나는 그런 소설도 좋아하거든. 그런데 감정 서술이 딸리면 스토리로 캐릭터성을 잡아야지.

 이고깽이 나쁜 건 아니다. 이고깽을 돋보이려고 하는 작가의 편의적 서술이 노골적이고, 더불어 악역을 가리지 않는 홍정훈 특유의 시시덕거림이 이 소설 등장인물 제반의 캐릭터성과 개연성을 무너뜨리는 건 나쁜 게 맞다.

 장르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 한켠에서 주인공까지 객관화할 수 있는 사람. 즉 다독 경험이 있는 20대 남성 평균의 감성을 가진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편의적으로 그때그때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 있거나 이중잣대의 역겨움까지 반찬으로 소화해내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덧글

  • 포스21 2019/08/01 19:58 # 답글

    한동안 재밌게 보다가 언제부터인지 안보게 된 작품이네요. 아마 주인공이랑 지구에서부터 얽히는 여주인공이 나오게 되면서 고구마가 되버리는 바람에 재미가 없어진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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