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민수 - 케미 (완) 조아라 노밸마스터

#조아라 #웹소설 #현대 #화학 #4점만점에 3점 #김민수 #케미 #화학자다비켜주인공나가신다


어릴 적 퇴마록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는 그게 실제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좀비가 있다, 없다의 문제로 어머니랑 싸우다가 사실 소설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네요.


그 와중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이우혁 작가의 말도 여전히 기억에 있습니다. ‘내 소설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딱 특정지어 말하기 참 모호한 장르다…’


오우거를 때려잡는 판타지 세상이 득세하던 시대에 현대를 배경으로 한 퇴마사 일행의 여정은 그토록 센세이셔널했습니다.


지금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는 넘치고 넘치고도 모자라서, 현대 판타지라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도심을 배경으로 한 속에서 우리는 이제 갑자기 포탈을 통해 나온 몬스터를 때려 잡거나, 이계에서 귀환한 절대자가 되어 암흑가를 일통하거나, 혹은 그런 이능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요리나 연예계의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도 합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은 익숙한 재미보다는 낯익은 재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현대 판타지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재료로 누가 더 뛰어난 맛을 만들어내는가 정형화된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요리물, 연예계물, 레이드물, 재벌물, 기타 등등… … . 여기서 벗어나는 작품은 그만큼 재미있어서 독자를 끌어들이던가, 혹은 실패하던가 둘 중 하나겠지요. 뛰어넘거나, 떨어지거나.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소개하려면, ‘전혀 몰랐던 재미 - 화학적 재미 - 를 개척한’이라는 수식어가 빠질 수 없겠습니다.


화학 판타지, 민수 작가의 ‘케미’입니다.


첫 편은 주인공의 임상 실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여느 나라보다 임상 실험 지원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한국의 청년답게 주인공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임상 실험에 지원하는데요. 모두가 잠든 와중에 혼자 어두운 병실 안에서 깨어난 주인공, 이후 그는 임상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담당 의사를 만나고 KG화학의 입사계약서를 쓰면서 그것이 단순한 임상 실험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화학자의 길을 걸어나가게 되죠.


처음에는 단순히 취업에 성공했던 것에 좋아했던 주인공은, 이후 화학자로서의 행보를 걸어나가면서 점차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명사로서 자신만의 발걸음을 화학사에 새겨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닥쳐 오는 일상의 사건들에 일류 화학자 명사로서 개입하거나, 혹은 연애 밀당을 하거나, 혹은 임상 실험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거나 하기도 하죠.


화학의 히읗 자도 모른다고 해서 작품이 재미없을까 하는 염려는 필요 없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어떤 데서 재미를 느끼는지 잘 꿰뚫고 있고, 일류 화학자들 앞에서 그들조차 놀라워하는 성과를 내놓는 주인공의 모습과 그런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갖가지 사건들은 어떻게든 그걸 해치우고 나가는 주인공의 지능으로부터 독자에게 ‘화학적 쾌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점차 상승하는 주인공의 사회적 지위는 일개 청년 백수로서의 처음부터 지켜와봤던 독자에게 어떤 감명까지 느끼게 만들죠. 주인공이 외는 화학식은 알면 좋을 수도 있을 테지만, 없어도 전혀 상관없는 미세한 조미료 정도랄까요? 그 조미료가 화학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MSG와 약간 닮기도 한 것 같습니다.


챕터를 보면 에피소드를 뚜렷하게 구분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머릿속에서는 한 챕터를 시작할 때 그 챕터가 어떻게 진행될지 이미 기승전결이 뚜렷이 계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성 작가답다고 하고 싶네요. 챕터마다 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에게 어떻게 다양한 위기를 안겨줄지, 어떻게 화학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지 작가의 고심이 엿보입니다.


기성 작가라고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민수 작가는 본래 무협으로 유명했던 작가입니다. 아마 이 리뷰를 읽는 몇몇은 분명 책방에서 본 기억이 있을 ‘외공&내공’에서부터 시작해서, ‘찰나의 유혼’으로 이어가던 성공작의 경력은 한참동안 끊겨 있다가 ‘잔혹협객사’로 문피아에 복귀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2부 ‘비정자객사’를 연재하던 민수 작가는 ‘케미’의 전작인 ‘포텐’으로 현대 판타지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이르는데요.


독자가 이입하기에 좋은 주인공을 쓰는 데 재주가 있었고, 단순히 복수에 미친 살인귀라거나 절대자가 아닌 말 그대로 독자친화적인 주인공이 헤쳐 나가는 무림의 사건들은 민수 작가를 눈여겨 볼 만한 작가로 기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잔혹협객사에 이르면 작가가 말한 것처럼 미드 덱스터를 무협지로 읽는 느낌이랄까요.


자객을 주인공으로 했던 비정자객사는 사실 제게는 그닥 좋은 평을 주기 힘들었지만, 이후 포텐으로 돌아와 아직 죽지 않은 필력을 과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케미’로 현대 판타지의 새로운 장을 썼다고 하고 싶네요. 어떤 외적인 전기적 요소도 넣지 않았다는 점에서, 케미는 사실 ‘판타지’가 아니죠. 순문학적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장르소설 특유의 쾌도난마하는 성격을 갖지만, 책으로 내놓아도 상관없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사실, 작가의 필명으로부터 기억할 점은 이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수 작가는 고질적인 연중병으로 유명합니다. ‘찰나의 유혼’의 주인공은 아직도 찰나일 것만 같던 연중에 머물러 잊혀 있고, 포텐 역시 잦은 연중을 겪다가 완결 직전에 긴 휴재에 들어가게 됩니다. ‘켠김에 지옥까지’의 작가는 완결 챕터 직전 있던 긴 휴재에서 돌아오면서 ‘완결을 더욱 완벽하게 쓰고자 싶은 마음’이 연중의 원인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포텐이나 케미나 종장에 가까운 지점에서 있던 연중이라는 점에서 아마 비슷한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연중작이라면 추천을 하지 않았겠죠?


다행히도 케미는 돌아왔고, 주인공은 특유의 화학적 성찰로 잠시나마 끊겼던 행보를 이어갑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갖가지 약물을 연금술사처럼 연성해내지만, 안타깝게도 다시는 연중하지 않도록 하는 약물은 현실에 없겠지요.


그런 약물이 나오길 바라면서,


‘화학적 재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신 분께 민수 작가의 ‘케미’를 권합니다.




덧글

  • 피어니 2018/08/16 23:55 # 삭제 답글

    화학이 어떻게 판타지의 모습을 보일는지 정말 기대가 되네요. ^^ 꼭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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