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조아라 노블레스 무협 - not bad 염력 쓰는 마인 / not bad 쪼렙천마 장르소설 추천사

장르소설하면 저는 일단 무협 소설이 떠오릅니다.

학교가 끝나고 퀘퀘한 만화방에 틀어박혀서 한 장씩 침을 발라 넘기던 추억, 그 즈음 장르 소설 깨나 읽었다는 독자 치고 묵향과 비뢰도를 보지 않았던 사람은 없지 않나 싶네요.

묵향, 비뢰도, 녹림투왕, 권왕무적, 신승... ... .

작가의 성향과 책의 평가는 각기 다르지만 누구나 알 법한 제목들입니다.

이제 대여점의 시대는 갔고 웹소설의 시대가 왔죠.

일단 책으로 찍어내서 인세를 받아야 돈이 되었던 전과는 다르게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돈이 되는 연재형 수익 구조는 사실 무협 소설과 그닥 괜찮은 궁합이 아닙니다.

편당 결제란 모름지기, 다음 편을 읽게끔 흥미가 돋을 수 있도록 한 편 안에서 그 날 연재분의 맥락이 어느 정도 완결나야 하고, 문체는 간결해야 하며, 갈등 관계는 빠르게 해소되어야 합니다.

대개가 영웅담의 형식을 띠는 정통 무협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나 할까요.

귀환해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레이드 시대에 강한 힘을 갖고 무쌍난무한다는 설정이, 어릴 적 사부를 잃고 심산유곡에서 수련하다가 복수하러 강호출도한다는 설정보다 좀더 웹소설에 쉽습니다.

이런 무협 소설의 특징을 타파하기 위해 꽤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요. 적당껏 살던 주인공한테 뜬금없이 특급 강호인 승급 체계를 실행시켜 강호만렙지존까지의 여정을 그려내거나, 혹은 강호를 멸망시킬 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설 씨 미녀로 하여금 달달풍인지 무협풍인지 헷갈리는 천하제일 모험담을 펼치게도 합니다.

물론 다 재밌고 히트한 시도지만, 가끔은 대여점 그때의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죠.

다행히 우리는 대여점 시절의 감성을 찾을 수 있는 연재란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웹소설 조아라의 노블레스란, 편당 결제보다 살짝 긴 호흡과 빠른 연재 주기가 특징이죠.

그 중에서도 꿋꿋이 무협 장르를 견지하며 생존하고 있는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

<염력 쓰는 마인> #4점만점에2점 #약삭빠른주인공

독수리3호 작가의 무협 소설입니다.

독수리3호 작가는 노블레스에서 데뷔한 작가입니다. 글의 색깔을 보면 문체는 평이하고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기보다는 주인공 친화적입니다. 주인공으로는 대체로 엄청 착하거나 나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교활한 범인이 등장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무협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녹정기>의 위소보가 사랑받은 이유가 그가 엄청난 카리스마를 자랑해서는 아니거든요. 쥐뿔도 없는데 강호에 떨어져서 우연찮게 고난을 헤치고 살아남으려고 눈치를 살피는 건 흔하지는 않지만 항상 재밌는 포맷입니다. 정구 작가의 작품도 그런 편이고, 독수리3호 작가의 초창기 작 중 하나인 <동창>을 보면 본인의 특징을 가장 잘 내세운 무협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염력 쓰는 마인 역시 그렇죠.

정마대전의 한 마졸로 참전한 주인공은 우연찮게 기연을 얻게 됩니다. 바로 여타 소설의 흡성대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북명신공인데요. 이후로 마교의 수련지로 끌려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수련지에서 경쟁하는 건 여러 무협지에서 많이 등장하는 클리셰죠. <악마전기>의 주인공 역시 마교의 수련지로 가서 살아남기 위해 끌려가고, <비인살수>의 주인공은 살수가 되기 위한 수련에서 살아남습니다. <염력 쓰는 마인>의 초반부 역시 그런 점에서 별다를 것 없습니다만, 재밌는 건 주인공이 살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악마 같이 강렬한 카리스마나 특출난 대기만성의 그릇 같은 것 없이 주인공은 오직 약삭빠를 뿐입니다. 염력이나 흡기공은 강력한 힘이지만 결국 그것뿐이고, 벌레처럼 언제든지 짓눌려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근처의 모든 것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입지전적인 무위로 올라서게 되죠.

무공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주인공은 강력한 무위를 획득하게 되었음에도 교내의 파벌 간 정치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 번 아등바등해야 합니다. 특출난 것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마교라는 대세력의 거두가 되는가 흥미가 돋는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쪼렙천마> #4점만점에2점 #짐꾼부터시작하는이세계천마

캘리버 작가의 소설입니다. 일전에 서평했던 <기적의 분식집> 작가이기도 합니다. 작풍 역시 그때 소개했던 것과 다르지 않아서, 평이한 문체에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기보다 주인공 친화적인 필력이 있겠습니다. 독수리3호 작가와 다른 건 주인공의 성격이 있겠네요. 어쨌든 카리스마형 주인공은 아닙니다. 사실 카리스마형 주인공이란 대개 오글거림의 다른 말이기도 하고요.

시작은 폐관수련에 들어간 천마가 귀환하면서부터입니다. 폐관 수련 후 귀환한 주인공 역시 자주 쓰이는 클리셰고 언뜻 보면 성상현 작가의 <천년무제>와도, 혹은 古 둔저 작가님의 <불패신마>와도 비슷한 시작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쪼렙천마>에는 그들과 다른 한 가지 차별점이 있습니다. 천년무제나 불패신마가 주인공이 힘을 그대로 간직하고 귀환해서 난장판을 피운다면, <쪼렙천마>에서는 주인공이 말 그대로 쪼렙으로 화합니다. 쪼렙? 무림세계에서는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그렇게밖에 형언할 수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괴물을 레이드해야만 하는 세계로 변화한 무림, 기득권층인 한국인들이 천마를 보고 말하거든요. 어? 쪼렙 아냐?

예상했듯이 우리의 주인공은 결국 본래의 강한 힘을 돌려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쪼렙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닙니다. 세계관은 점점 확장되고 주인공은 계속해서 열렙해야 합니다. 열렙의 목표는 단 하나, 이 모든 변화를 종결짓고 본래의 무림을 되돌려받겠다! 열렙하는 천마의 여정과 그 과정에 얽히어드는 적수와 히로인들은 다소 빤하지만 예정된 즐거움을 줍니다.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인데, 작품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 스스로의 단점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엉망진창으로 날려보내서 마구마구 세계관을 확장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ALLA 작가의 <로만의 검공>은 드래곤볼 수준으로 전투력 인플레가 일어나면서 별의별 거대한 설정이 계속 덧붙여지지만, 아직까지 그의 역작으로 남고 있죠. 반면 <환생좌>는, 초반은 무척 재밌지만 무지개색 지대라는 설정이 후반부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명성에 맞지 않게 중후반부는 그냥 그 정도로만 재밌습니다. 빨간색부터 시작해서 보라색까지 전진하는 여정이야 결국 보라색 지대에서 완결나리라는 걸 모두가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쪼렙천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부분도 한국으로 쳐들어간 둘이 빌딩을 무너뜨려가면서 싸우는 장면이거든요.

개연성이나 필력은 결국 재미를 부여하는 정도면 충분하고, 장르소설은 재밌기 위해 읽는 겁니다. ALLA 작가의 문장력은 빈말로도 유려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로만의 검공>은 재밌습니다. 작가의 염려는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시도인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작품의 어떤 점이 독자에게 재밌을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꿈틀거리는 작품을 어떻게든 말이 되게 만들었을 때 그게 독자에게 재미없을지 혹은 더 재미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완성된 글만 접하는 독자에게 ‘원래 그 작품이 그랬어야 할 모습’이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항상 예상할 수 없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 널려 있을 수는 없고, <쪼렙천마>는 그런 점에서 장르소설을 잡고 읽었을 때 충분히 우리가 생각하는 재미를 독자에게 부연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섹스 묘사 역시 이미 완결된 작품인 데다 독자에게 스킵할지 안할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산점이 되는 볼거리입니다. 열렙하는 천마의 분투를 보고 싶으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덧글

  • 피어니 2018/05/15 17:57 # 삭제 답글

    와~ 무협에대한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무협은 영웅문 본 게 전부인 저로서도 무협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좋은 글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 2018/05/16 14:3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