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추천사) 투신 리하르 장르소설 추천사

#조아라 #웹소설 #퓨전 #판타지 #팔각기둥 #투신리하르 #4점만점에3점


이따금씩 그 작품만이 갖고 있는 매혹적인 단서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참 여기까지만 읽고 말아야지, 하고 답답한 부분에서 다시 안 읽을 것을 결심하다가도 다른 글들을 뒤적거리노라면 이내 그 글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죠.

 

그 단서가 때로는 그 글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일 때도, 혹은 분위기일 때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풀려가는 캐릭터들 간의 내밀한 이야기일 때도 있겠습니다. 어느 한 가지만 특정해서 말한다기보다 이런 것들의 복합적인 작용이 자칫 심심할 수 있었던 글에 특색을 만들어주는 감미료가 되어주는 것 아닐까 싶네요.

 

만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하늘의 별처럼 넘쳐나는 소년물 만화 가운데도 토가시 작가의 <헌터x헌터>는 지금까지 수많은 독자들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죠.

 

<투신 리하르>가 바로 제게는 그런 글입니다.

   

주인공은 어느 날 원인불명의 사고로 일가의 멸망을 겪게 됩니다. 복수를 다짐하며 떠난 주인공은 기연에 의해 사부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고, 우연처럼 본인에게 잠재된 엄청난 재능을 발견하여 입신에 달한 무력을 가지고 미뤄두었던 행보에 나섭니다.

 

정통이면 정통이라고 할 만합니다.

 

판타지 세상의 주인공이 자라나 그 세계관 내에서 최강급의 무력을 갖고 활약하는 스토리는, 너무나 넘쳐나서 요새는 도리어 파격을 원하는 독자들의 수요에 따라 희귀해진 감이 있을 정도죠.

 

이런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작가만의 페이소스입니다.

 

아까 <헌터x헌터>(이하 헌헌)의 만화를 꺼내 들은 것은, 단순한 대유가 아니라 이 작품의 매력이 사뭇 헌헌의 매력과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는 오러나 서클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영용기라는 작가 고유의 설정을 이용하죠.

 

고유 설정을 이용하는 작품은 파탄을 드러내기 쉽습니다. 지나치게 설정에 매몰되어 작가만 뭔지 알고 독자는 알 수 없는 4차원으로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혹은 흐릿하게 시작한 설정이 결국 다른 작품의 흔한 설정과 다름없이 되어버리기도 하죠.

 

팔각기둥 작가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습니다.

 

영용기라는 난생 처음 보는 설정을 작가는 흡사 헌헌을 보는 것처럼 체계화시켜서 주인공에게 장착시킵니다. 작가의 머릿속에는 영용기란 어떤 힘인가의 개념이 뚜렷히 서 있고, 우리는 그런 작가가 풀어내는 독특한 힘들의 충돌을 재미있게 즐기면 될 뿐입니다.

 

더불어 시종일관 작품의 재미와 긴장도를 놓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강한 힘을 갖고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알지도 못하는 설정 속에서 지루하게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일대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복수행은 <투신 리하르>의 본제가 아닙니다.

 

강한 힘을 갖고 시작하지만, 더욱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고, 그걸 뛰어 넘으면 또 다른 숙적이 나타나 위기에 몰리고, 그 과정에서 몰랐던 세계의 비밀들이 주인공의 두 연인과 얽히어 속속들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추리물을 볼 때 앞일을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주인공의 성장과 맞물려서 주인공이 접하는 세계의 경계도 넓어지고, 계속 스케일이 확대되어 수백 년 전의 비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앞으로의 전개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최근 화에서 등장한 대공가의 전설급 인물의 등장에 다다르면 마침내 만났구나 싶어 손에 절로 땀이 날 정도죠.

 

<전생검신>이 엄두도 나지 않는 간극의 힘 차이와 재능의 한계로 전생물이 갖는 파워 인플레를 극복했다면, <투신 리하르>는 주인공에게 어마어마한 재능을 부여하고 성장시키는 대신 닫힌 세계의 설정을 조금씩 풀어나가면서 긴장도를 유지하는 셈입니다. 먼치킨물이 걸어야 할 왕도라고 할 만합니다.

 

신의 축복을 받은 재능이란 분명 리하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힘에는 그에 걸맞은 시련이 다가오는 법, 세계를 움직이는 축 용신교와 대공가, 십자회에서 주인공이 갖는 힘은 어디까지나 개인에 불과하고, 절대자의 시선에서 주인공은 개미처럼 가소롭습니다. 한편 각 세력의 인물들은 처음 별볼일없는 외부인이라고 무시했던 주인공과 얽히어 가면서 조금씩 그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이야기의 방향은 끝내 절대자에게로 흘러들어 갑니다.

 

좌충우돌 부딪치는 가운데, 투신 리하르가 보여주는 영용기사로서의 활약은 흥미진진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skin by mater